1968년 착공한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서울과 부산을 잇는 전 구간이 개통되었습니다. 약 428km에 이르는 이 도로는 주요 도시와 산업 거점을 연결하며 사람과 물자의 이동 방식을 크게 바꾸었고, 산업화 시기 대한민국의 국토와 생활권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반시설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기록하는 것은 고속도로의 풍경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던 장소들이 이전과 다른 시간의 관계를 갖게 된 순간입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긴 수평 구조는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축을, 반복되는 검은 모듈은 그 연결을 지탱하는 기반을 암시합니다. 분리된 색면 사이를 관통하고 화면 밖으로 계속되는 거대한 경로는 이동망의 확장을 나타냅니다. 서로 멀리 놓인 영역이 하나의 선을 통해 관계를 맺으면서, 화면 안의 거리 역시 새롭게 읽히기 시작합니다.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히 두 도시 사이에 놓인 도로가 아니었습니다. 이동시간의 단축은 생산과 유통, 도시의 성장과 사람들의 생활 반경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같은 국토 위에서 장소와 장소 사이의 시간이 다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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